동서양의 문명과 그 차이점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이 점을 논하려면 어마어마한 배경과 설명들이 있어야겠지만 일단, 고대의 동양 문명은 서양에 앞섰으나 르네상스 이후로 서양의 그것이 동양을 추월하여 지금은 서양 문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그러면 앞서 뒤쳐져 있던 서양 문명이 어떻게 하여 동양 문명을 앞서게 되었는가? 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1)지식의 보편화와 (2)의사결정권의 다수결화라고본다.

 

한국은 쿠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기 약 100년 전에 직지심경이라는 인쇄술을 발명했지만 고작 불경이나 몇 권 인쇄하고 말았다. 책은 상위 1% 양반의 전유물이었고 백성들은 무지했다. 반면 서양은 쿠텐베르크 이후로 무수히 많은 책들이 시중에 나오게 되었고 이을 통해 대부분 사람들이 보편적인 지식을 갖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이런 셈이다. 중국과 스페인이 축구 시합을 한다. 중국의 인구는 대략 10억 명이고 스페인 인구는 대략 오천만 명이라고 보면 20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경기를 하면 항상 스페인이 이긴다. 왜냐하면 중국이 전체 인구는 많지만 축구를 즐기고 직접적으로 공놀이를 하는 동호인이나 프로의 숫자는 스페인이 중국보다 20, 아니 30, 40배는 높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서 축구의 저변 인구가 많은 것이다.  


보편적 지식이 널리 깔려있을 때 새로운 지식이 탄생하고 그 바탕에서 새로운 뛰어난 실력자가 나타나게 된다. . 무협소설의 도사처럼, 중세시대 도제식 비법전수처럼 폐쇄적이어서는 몇몇 사람을 빼고는 전체적인 실력의 향상을 꾀하기 어렵고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서양이 왜 동양을 앞섰는가? 두 번째 이유는 의사결정이 민주화되었다는 점이다. 서양이 근대화된 큰 전환점은 프랑스 혁명이다. 프랑스 혁명이후, 왕과 귀족이 했던 의사결정에 국민의 90%가 차지했던 평인들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서양의 역사를 바꾸고 세계의 역사를 바꾼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정치체제는 모두가 민주주의를 지향하거나 적어도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극, 반영한다. 사람들은 왜 민주주의 존중하는가? 쉽게 말하면 전쟁을 하게 되면 민주주의 체제가 항상 승리했기 때문이다. 영국과 중국이 싸워 영국이 이겼고 미국과 공산 소련이 대립하여 소련이 몰락했다. 다수 사람들의 의견이 집중되어 결정권이 이루어질 때 그 힘은 증대된다.

    

지식이 보편화된 민주주의 시대는 말들이 많다 토론을 통해서 참다운 진리에 이르는 것이다.  서양은 고래로부터 말을 존중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이르기까지 중등교육에서 배우는 7가지 필수과목이 있었는데 그 7개의 필수과목 중에 무려 세 과목이 말에 관한 것이다. 문법, 수사학, 변증법이 그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말을 존중하고 말의 논리를 중요시한다. 쉽게 말하면 <말이 되느냐>로 사물이나 현상의 진리를 깨우친다. 반면 동양, 특히 한국 사람들은 사태에 대한 진실의 유무와 상관없이 말 자체를 경시하는 풍조가 강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말 많은 집 장맛이 쓰다등등의 속담이 지배하는 이데올리기가 있다. 이 이데올리기를 통해서 전제주의와 기득권 세력은 백성들의 입을 닫히고 의사결정을 독점했다. 결과는 외세에 정복당하여 무릎을 꿇음으로서 자신의 우매함을 증명하였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약 500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무너지기 전에 징조가 있었지만 무시되고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그저 시끄럽고 말 많은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그리고 그는 장사 잘되고 있는 영업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왕따를 당하고 눈총을 받았다눈총을 준 사람들은 제 죽을 줄도 모르고 남탓 대다가 청전이 무너지고 바닥이 꺼지기 시작하자 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때가 너무 늦어 일순간 백화점은 무너지고 그들 대부분은 황천객이 되었다.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 하나둘씩 쏙쏙 빼먹는 맛이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이빨이 썩고 기둥 뿌리가 썩어도 알 수 없다. 적당한 고뇌와 사안에 대한 적당한 논쟁은 필요하다.  출렁대는 강물은 썩지 않지만 잔잔하게 고인물은 썩는다. 일방적 하향성의 동양문명과 상향성 쌍방향 소통형의 서양문명의 충돌에서 서양이 동양을 능가하게 된 배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