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플루트 연주에서 호흡은 생명이다. 엔진 용량이 작은 800cc 티코 차가 사람을 잔뜩 태우고 싣고 에어콘까지 켜서 서울서 부산을 간다고 생각해 보자. 차가 헉헉 대기 마련이고 한 번 넣은 기름으로 결코 부산을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5000cc 벤츠는 한 번만에 갈 수 있는 힘이 있다.

 

때문에 반드시 복식호흡을 해서 밴츠 엔진을 만들어줘야 한다. 온음표 2개의 길이, 즉 최소한 8박자를 -8분음표가 아니다- 여덟 박자를 한 호흡으로 불어줄 수 있어야 한다. 복식호흡은 호흡을 들이마시는데 폐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배로 마셔서 배로 뱉는 것이다. 생리학상으로는 배로 숨을 마실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배의 횡경막을 밑으로 내려 폐로 공기가 들어오게 하고 다시 횡경막을 올리면서 폐를 압박하여 날숨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횡경막을 내리려면 배가 앞으로 볼록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배의 앞은 그대로 있거나 오히려 수축되고 배의 좌우가 볼록해져야 한다. 그리고 날숨을 낼 때는 배가 수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가 더 불룩해져가는 과정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차의 엔진 용량이 커도 기름을 질질 흘리고 간다면 한번 만의 기름으로 결코 부산까지 갈 수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아무리 티코라고 해도 차의 무게를 줄이고 에어콘도 끄고 일정한 속도로 정숙하게 달리면 한 번만에 부산까지 갈 수도 있다.

 

 

5000cc 벤츠가 한 번 만에 부산을 못 가는데 어떻게 티코는 한 번 만에 부산을 갈 수 있는가? 쓸데없이 기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그림 1.png





<그림>을 보자. 지난 글 [연구1] 팬플루트 소리의 원리에서 팬플루트 소리는 날숨이 취구의 뒷면 안쪽의 모서리(그림의 a부분)에 부딪쳐 밖날숨과 안날숨으로 쪼개지면서 그 쪼개지는 소리가 안날숨에 실려 공명되는 소리라고 했다. 그런데 날숨의 두께를 1부터 100까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때 30의 두께만 돼도 소리가 나는데 무리하게 80이나 90으로 뱉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기름을 쓸데없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날숨을낭비하는 사람이다.

 

날숨이 a를 맞혀 소리를 내는 데 개입되는 요소는 날숨의 세기와 두께이다. 날숨의 세기와 두께는 서로 비례한다. 예컨대 가온도를 부는데 날숨의 두께가 20이라면 날숨의 세기도 20만 되면 소리가 난다. 그런데 날숨의 두께가 60이라면 날숨의 세기도 60은 돼야 소리가 난다. 날숨이 두꺼우면 그 만큼 더 세게 불어야 소리가 나고, 날숨의 두께가 가늘면 그만큼 약하게 불어도 소리가 나는 것이다. 날숨의 세기는 호흡량, 곧 기름인데 기름 100리터 중 20리터만 쓰면 가는 거리를 100리터 중 60리터를 쓰고 갔으므로 40리터의 기름을 쓸데없이 낭비한 것이다.

 

취구가 크기가 50이면 그 소리가 나는 최소한의 두께에 맞는 날숨을 내면 되고, 취구의 크기가 30이면 그 소리가 나는 최소한의 두께에 맞는 날숨을 내면 된다. 그 이상을 내는 것은 날숨의 낭비다. 예컨대 <그림2>의 날숨 두께로로도 충분히 소리가 나는데 <그림1>처럼 과도한 날숨을 뿜는  것은 좋지 않다.     

취구의 크기에 따라 거기에 맞는 가장 적정한 만큼의 날숨의 두께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복식호흡만큼 중요한데 그것은 입술의 모양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고음은 입술의 양쪽 끝을 당겨서 입술을 많이 긴장시켜 최대한 가는 두께의 날숨을 내야 하고, 저음은 긴장을 좀 풀고 취구의 크기에 맞는 두께의 날숨을 내야 한다. 취구는 큰데 지나치게 작은 날숨을 내거나 반대로 취구는 작은데 지나치게 두터운 날숨을 내면 소리는 나지 않는다. 그리고 취구에서 소리가 나는 만큼의 날숨의 두께로 불면되는데 그 이상의 세기, 즉 날숨의 지나치게 두터운 두께로 불어서 쓸데없이 날숨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기타줄을 생각해 보자. 기타줄을 여섯개가 있는데 각 줄마다 당기는 장력이 다르다. 맨 아래 1번선은 좀 팽팽해야 소리가 난다. 반면 맨 위의 6번선은 두꺼우므로 약간 느슨해도 소리가 난다. 만약에 맨 위의 6번선을 1번선을 감듯 많이 감아 장력을 높이면 줄은 끊어져 소리가 나지 않게 된다. 맨 아래 1번선의 음정은 <>이다. 딱 미가 되는 만큼 줄감개를 감으면 된다.

 

팬플루트의 소리도 마찬가지다. <>에서 딱 <>소리가 날 만큼의 세기와 두께의 날숨을 만들어내면 된다. 그 이상은 날숨의 낭비다.

 

관을 이동할 때 입술의 모양(긴장이) 변하면 안 된다. 호흡을 할 때를 빼고는(곡 전체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하면 입술이 지나치게 피곤하므로, 쉼표가 있는 곳에서 호흡할 때 순간적으로 입술의 긴장을 풀 수 있다) 입술의 모양, 긴장은 변하지 않고 계속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인 음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취구를 옮길 때마다 입술의 모양이 바뀌어서는 절대로 좋은 연주를 할 수 없다.

 

대부분의 관악기가 리드(떨판)나 마우스피스 같은 인위적이 중개 장치가 있지만 팬플루트는 그러한 일체의 장치가 없다. 오로지 호흡과 입술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팬플루트를 배우기가 어려운 점이지만 이 점이 바로 팬플루트만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장점이기도 하다.

 

팬플루트를 잘 불려면 복식호흡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적절한 두께의 날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부산까지 가는데 주변 풍경도 구경하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우선 기름이 떨어질까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차가 덜컹덜컹 하다가 멈출 판인데 무슨 구경이며 드라이브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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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옮기는 것은 자유이나 반드시 <panflute 연합>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panflute 연합>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글과 그림과 용어를 자기 것인 것마냥 도용하면, 최소한 도덕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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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내용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견해를 밝혀준다면 그 또한 팬플루트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참조가 되고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